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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테리어 소품은 '책'

category 에세이 2024. 9. 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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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오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가 서점이다. 비록 독서광은 아니지만, 서점에 가득 쌓인 책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특히 해외에 살다 보면 한국 책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책은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서 배송비가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2만 원짜리 책 한 권을 EMS로 보내면 배송비만 1만 5천 원이 나온다.

그래서 한국에 다녀오는 지인에게 조심스레 책을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부탁한 책을 받으면서 밥을 사주는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책 한 권이 주는 기쁨은 그 모든 걸 뛰어넘는다.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주변 사람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 다녀올 때 "필요한 책 있으면 말해~"라고 먼저 물어봐 주는 이들도 많아졌다. 어느 날, 한 지인이 내게 물었다.

"넌 책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일하고 술 마시고, 가족도 챙기느라 책 읽을 시간이 있어?"

그때 내가 대답한 말에 그 지인은 빵 터지고 말았다.

"사실, 책은 최고의 인테리어에요~"

앞서 말했듯이, 나는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 서점에 쌓인 책들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마다 각자 힐링 포인트가 있겠지만, 내게는 책이 그런 존재다. 집에서도 가득 찬 책꽂이를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참고로 저 유산균 통도 내가 아끼는 소장품이다. 남은 공간을 메워주고, 작은 물건들을 수납하기에도 딱이다.)

한때 인도네시아에서 배송비 없이 한국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었다. 그때가 아마 한국 책을 가장 많이 샀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사이트는 1년도 안 돼서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책을 저렴하게 대량 매수하고, 대량 배송으로 물류비를 절감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도서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는 나라여서, 배송비 없이 책 가격만 지불해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관료주의는 만만치 않았다. 관세청 공무원들은 무관세임에도 불구하고 책에 세금을 부과했고, 그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에서 공무원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업가는 극히 드물었다.

살면서 내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다. 1936년에 처음 집필된 이 책은 어느덧 88년이 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100여 년이 지나도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당시의 원칙들이 지금도 여전히 통한다. 이 책을 수십 번 읽으면서, 실수할 때마다 다시 되새기는 부분이 있다.

'상대방의 실수를 지적하지 마라.'

잔소리는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다. 관계를 망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특히 같은 잔소리를 반복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에 벽을 쌓게 만드는 일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면서 이 책을 다섯 권쯤 샀던 것 같다. 새 책으로도 사고, 중고로도 샀다. 내가 아끼는 지인에게 잔소리가 하고 싶어질 때면, 내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선물했다. 결국 잔소리를 책으로 대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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