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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한국에서 근무할 기회를 포기했습니다.

아직 32년 밖에 살지 않은 인생이지만, 참 굴곡이 많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부모님과의 아픔도 겪었고, 학업은 항상 뒷전이었고, 원치 않았던 군대를 갔다 오고, 모두가 반대하는 중국으로 떠났으며, 인도네시아인 아내와 결혼을 하고, 현재는 인도네시아에서 7개월간 살고 있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당신은 항상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는 곳으로만 가는 것 같아~'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공부하라고 할 때 공부를 안 했고요, 군대 가지 말고 산업체 가라고 아버지께서 자리를 마련해 주셨는데, 군대를 지원해 최전방으로 가버렸습니다. 공부도 못하는 놈이 무슨 중국 유학이냐고 반대가 심했는데, 혼자 돈 벌어서 중국에 가 버렸고요. 다들 한국에 귀국해서 기업에 취업하는데, 중국회사에 입사를 해 버렸습니다. 다들 한국 사람과 만나서 결혼하는데, 저는 인도네시아 사람과 함께 했고요. 최종적으로 다들 한국에 오기를 바랬는데, 인도네시아로 훌쩍 떠나 버렸습니다.

중국 소재 대학교 졸업사진(잘 보시면 저랑 아내 둘 다 사진 속에 있습니다. ㅎㅎ)

 

역마살 인가요?

역마살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 곳 저 곳을 떠돌아 다니는 운명을 말하는데요. 지금 제가 딱 그 운명을 타고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 인도네시아도 제가 평생을 살아갈 곳이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마음속에는 항상 언젠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으니까요.

 

한국에서 취업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중국에서 근무하던 회사가 한국에 지사가 있는데요. 한국에 와서 함께 사업파트를 운영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중소기업이지만 조건도 대기업 수준으로 높았고, 대우나 조건 다 괜찮은 수준이었습니다. 이 제안이 들어온 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 저것 따지니 더 머리가 아팠습니다.

한국으로 가면 좋은 점, 안 좋은 점, 인도네시아에 남아있으면 좋은 점, 안 좋은 점 등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 등 모든 가능성들을 따지기 시작했고, 향후 5년 그리고 10년 까지도 계획을 한 번 세워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할수록 결정을 내리기 더 어려워지고, 머릿속은 정말 1부터 100가지의 숫자를 마구 뒤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주변 지인들과 상의하다

주변 지인, 친구, 가족, 친척들과 상의를 해 보았습니다. 다들 한국에 계신 분들이라 조건이 좋다면 당연히 한국으로 와야 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다들 제가 한국에 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보니 더욱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많은 의견들을 참고하고 마지막으로 처갓집 어른들과 상의를 하였습니다.

 

장인, 장모님과 상의하다

장인, 장모님은 당연히 아내가 한국에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한국에 가서 일하는 조건이 더 좋다면 한국에 가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이, 인생을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을 따지는 것이 최종적으로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차라리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가서, 마음이 끌리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라고 하셨습니다.

 

 

결론은 인도네시아에 1년 더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1년 뒤, 다시 그런 조건의 제안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새옹지마도 있고 전화위복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따지지 않고 그냥 마음이 끌리는 것을 봤을 때는 아직까지는 인도네시아에 더 끌립니다. (한국으로 옮기기 귀찮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ㅎㅎ)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이 더 끌리는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요? 현실은 그게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나이가 더 들면 후회할 거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인생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이렇게 한 번 살아보겠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항상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가족, 친구, 지인, 이웃 블로거, 방문자 분들 정말 감사 드립니다. 부족하지만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