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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내겐 너무 친절한 인도네시아 가족

이번 주는 세월호 참사로 비통한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어서 하루종일 멍하니 실시간 뉴스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존자는 나오고 있지 않아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수색작업도 너무 더딘 것 같고요. 그래도 관계자 분들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이번 주 마지막 포스팅 날인데요. 저희 인도네시아 집에서 일어나는 일 중 하나를 포스팅 해보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우리 가족 들!

 

자칼타는 누구와 살고 있을까요?

저희 집에는 장인, 장모님, 처남, 아내, 자칼타, 가사도우미, 강아지 2마리 이렇게 많은 식구가 한 집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화교, 한국인, 인도네시아 현지인, 중국출신 강아지 이렇게 다른 문화를 가진 4 부류가 함께 지내다 보니 재미난 일들이 많습니다.

 

너무 친절한 처남!

처남은 저랑 나이가 같은 동갑내기 친구 같은 사람인데요. 이미 알고 지낸 지 5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너무 격식을 차립니다. 음식을 옮기고 있길래 젓가락을 이용해 잠깐 도와줬는데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위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길래 문을 열어줬더니 '감사합니다~'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이렇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한 번은 왜 이렇게 고맙다고 말하냐고 여쭤봤더니 습관이 되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내한테는 그렇게 고마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 친절한 장모님!

장모님께서는 저에게 부탁을 할 때 항상 앞에 '자칼타야 미안한데~'라고 하면서 부탁을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히 그럴 것 같기도 한데요. 하지만 주변에 다른 친구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이렇게 격식을 갖추는 장모님은 없더라고요. 정말 한국인 사위가 너무 어려운 것일까요?

 

너무나 부담스러운 장인어른!

장인어른은 장모님, 처남과는 조금 다르게 더 부담스럽습니다. 식사 하시기 전에도 '자칼타야, 나 밥 먹는다~'라고 합니다. 밖에 나갈 때에도 '자칼타야, 나 나갔다 온다~'라고 합니다. 주무실 때에도 '자칼타야, 나 먼저 잔다~'라고 하십니다. 정말 부담스러웠는데. 장인어른은 원래부터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행동하셨다고 합니다.

 

너무나 친절한 가족들

시시때때로 거의 모든 대화에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례하지만, 미안하지만, 이런 말들을 듣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 집안의 예절이고 문화였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삭막하고 말이 없던 경상도 집안에서 자란 저에게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한국의 저희 집은 정말 개콘의 <대화가필요해> 처럼 말이 없는 집안입니다. 지금 이 환경이 부담스럽지만 한 편으로는 참 화목하고 행복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사람 사는 집 같다는 생각입니다. ^^

 

일요일은 포스팅 없는 거 아시죠?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요. 진도의 좋은 소식 주말에도 계속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