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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사회│문화

인도네시아 골동품 수집가를 만나다!

인도네시아에서 집사람의 사촌오빠 결혼식이 있어서 스마랑(semarang)이라는 지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스마랑은 인도네시아에서 무역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항구도시인데요. 오래 전부터 중국과 해외교역이 많았던 곳이었기 때문에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곳 스마랑에서 아내의 5촌 당숙께서 저희를 직접 맞아 주셨는데요. 오늘은 그 5촌 당숙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5촌 당숙은 골동품 수집가

처음 5촌 당숙의 댁에 방문한 것은 인도네시아의 전형적인 식당 앞이었습니다. 건물 앞쪽은 식당으로 세를 주고 있으며, 식당 뒤로 집이 이어졌습니다. 허름한 식당 뒤에 이런 큰 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요. 집이 오래되어서 낡고 허름했지만, 매우 크고 넓은 집이었습니다.

 

5촌 당숙께서는 선대부터 골동품 수집가셨다고 합니다. 위 사진의 액자에 있는 인물이 당숙어른의 아버님 되는 분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역시나 골동품 수집가셨습니다. 100년넘게 골동품 수집을 이어오셨기 때문에 집안에 곳곳 모든 물품이 골동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이는 옛 것은 다 모으신다고 합니다. 새로운 물건을 살 때도 항상 낡은 것들만 산다고 하시네요. 이 식탁 역시 약 100년이 된 오래된 식탁이라고 합니다. 사용하지도 않고 팔아도 큰 값어치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집안 곳곳에 이런 물품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60년대에 중국에 갔을 때 타고 다니시던 자전거를 그대로 가지고 오셨다고 합니다.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을 싫어하고, 옛 것을 버리는 것도 싫어하십니다.

 

이 책장 역시 당숙어른의 아버님이 사용하던 책장인데요. 책장 안에는 100년이 넘은 책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정말 당숙어른의 집을 역사 박물관으로 만들어도 되겠다고 싶을 정도로 골동품들이 많았습니다.

 

쇠로 만들어진 어린이용 자동차입니다. 요즘 전기식으로 움직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죠. 옛날 부자집 도련님들이 타고 다니던 자동차라고 합니다. 100년이 훨씬 넘은 자동차라고 하는데요. 다른 수집가들의 구매제의가 엄청 들어온 제품이라고 합니다.

 

약 150년 정도 된 시계라고 하는데요. 많이 낡아서 다시 칠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시 칠을 하고 나면 값어치가 더 떨어진다고 하네요. 너무 좋아하는 물품이라 팔 생각이 없어서 다시 칠을 하셨다고 합니다.

 

장식장 안에 가득찬 골동품들입니다. 집 전체의 크기가 3층짜리 집으로 한국평수 약 200평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방을 제외한 모든 곳이 이런 골동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골동품은 바로 인도네시아 단검 크리스(keris)입니다. 옛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의 지역에서 사용하던 단검인데요. 모양과 문양이 특이해서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단검인데요. 2005년에는 '인도네시아 단검 크리스'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검입니다.

 

이 검은 당숙 어른의 할아버지부터 집안에 내려오는 가보와 같다고 합니다. 약 500년된 인도네시아 전통 검이라고 하는데요. 문양과 모양이 정말 독특합니다. (이 검은 손도 못 대고 멀리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

 

자세히 보면 정말 특이한 문양을 가졌습니다. 마치 용광로에서 흘러나오는 용액을 그대로 굳힌 듯한 모양인데요. 어떻게 저런 모양으로 날카롭고 단단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네요.

 

대부분 팔길이 정도의 살짝 긴 단검이었는데요. 이 검은 마치 한국의 은장도를 보는 듯한 정말 짧은 단도였습니다. 칼날 길이가 갤럭시 S2의 크기와 비슷합니다. 아마도 호신용으로 주머니에 넣고 다녔을 것 같습니다.

 

이 검은 다른 검처럼 특이한 모양을 가진 검은 아닌데요. 무협영화에 나올 것 같은 도검 같은 느낌입니다. 이건 수집했을 당시에 칼 날만 있어서 칼집이랑 손잡이는 따로 제작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숙어른의 집을 한 1시간 쭉 둘러보고 나니, 마치 인도네시아 역사 박물관을 보고 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오랜 인도네시아 화교의 역사도 함께 볼 수 있었고요. 이 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좋은 추억을 주신 당숙어른께 감사 드립니다. (칼 하나만 주시면 안될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