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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이중국적 아기 어떤 언어로 키워야 할까? 모국어가 중요할까?

인도네시아인 와이프를 만나 다문화가정으로 살아온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중국 유학시절과 함께 시작된 연애는 지금의 결혼생활까지 이어졌으며,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시작된 외국인과의 만남이 지금은 인도네시아와 한국 두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 자녀가 태어났고, 이렇게 3식구가 인도네시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2세를 준비하면서 인도네시아인 아내와 ‘우리 아기는 어떤 언어로 키워야 할까?’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마도 현재 우리가 처한 언어적 환경이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언어적 환경

엄마
모국어: 인도네시아어
부부생활 언어: 중국어
영어: 상급, 한국어: 초급 구사

아빠
모국어: 한국어
부부생활언어: 중국어
영어: 초급, 인도네시아어: 초급 구사

와이프가 중국 유학생활을 시작할 당시에는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화교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집에서 중국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모국어는 중국어였고, 인니어는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모국어는 인도네시아어로 전환되었고, 중국어는 점차 잊혀 갔다고 한다. 

하지만 더 신기한 것은 잊힌 줄 알았던 중국어는 뇌의 어딘가에 남아 있었는지, 같이 시작한 다른 친구들보다 빠른 속도로 중국어를 배웠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중국인들도 외국인이라는 것을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말하면 이 상황이 아주 특별한 거라는 것을 이해 못 할 수도 있다.

나는 중국에 8년간 생활하면서 20대에 중국 유학을 시작해 대학교를 졸업할 시점에 일반 중국인과 동일한 발음으로 대화를 하는 외국인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사실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그 들은 대부분 화교였고, 어릴 적 집에서 중국어로 생활했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10대에 유학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중국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아기와 대화하는 방식은? 
아빠 : 한국어
엄마 : 중국어 
장인/장모님 : 중국어 
와이프 가게 직원/식모 또는 외부 지인들 : 인도네시아어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부부는 이렇게 협의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렇게 지내고 있다. 평소 대부분의 시간은 엄마와 보내기 때문에 중국어를 주로 듣게 된다. 그리고 틈틈이 한국어와 인도네시아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모국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들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국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태어났을 때부터 한 가지 언어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다른 언어로 혼란을 주면 안 된다고 한다. 처음부터 잘 못 교육하면 아기의 발달이 늦어질 수 있다. 등 주변의 많은 조언을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모국어는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와이프의 경우에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모국어는 중국어였지만,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면서 모국어는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어가 되었다. 이렇게 생활하다가 아기를 국제학교로 보내면 모국어가 영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스스로 정착이 되는 시점이 올 거라고 본다. 

몇 개국어를 들으면 언어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성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지금 당장 몇 개국어가 동시에 사용되는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보면 매우 혼란스러울 것 같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놓은 적이 있었다. 한국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3가지 언어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중국어로 말해야 할 사람에게 한국어로 하고, 한국어로 말해야 할 사람에게 인도네시아어를 쓰면서 대화가 엉망이 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아기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언어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냥 언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같은 표현을 다른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다. ‘잘했어’, ‘옳지’, ‘그래’ 등 성인들이 봤을 때는 하나의 언어이지만, 아기들이 봤을 때는 어떤 국가 언어에 상관없이 하나의 표현인 것이다. 같은 표현으로 중국어로 하든, 영어로 하든, 인도네시아어로 하든 다 같은 언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이 것을 국가별로 구분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변에 많은 다문화가정이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반드시 모국어를 한국어 또는 영어로 정해준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다른 다문화 가정은 그렇지 않다. 나도 이 방향에 대해서 반신반의 하고 있다. 나도 한국인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은 와이프의 판단에 맡겨보려고 한다. 어떤 언어가 모국어가 되든 상관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길러주면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