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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인도네시아에서 내 집(주택)을 건축한 리얼 후기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핑계로 포스팅을 자주 못 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인도네시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시작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 관련 정보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블로깅을 하는 것이 인도네시아 관광객이나 교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블로거, 유튜버 그리고 SNS에까지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어서, 특별히 희소성 있는 콘텐츠가 없어서 글을 자주 안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블로그는 인터넷 일기장이니까 살아가는 모습이라도 남겨보자는 취지로 계속 포스팅을 이어가야겠다.
 
오늘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들이 인도네시아에 있을 것 같은 내용을 한 번 다뤄볼까 한다. 몇 년 동안 인도네시아 살면서 내집 마련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지금은 그 결과를 본 것 같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리고 지금도 조금 불안하지만, 후회되지는 않는다.
 
인도네시아에서 내집 마련!
 
인도네시아에는 다양한 한국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나와 같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다.
 
1. 인도네시아 현지인 와이프와 결혼
2. 결혼 시, 재산분할 공증 안 함
3. 나는 한국 기업 직장인, 와이프는 개인 사업자
4. 2016년 당시 모아둔 자산 8억 루피아(원화 약 7천만원)
 
그럼 내집 마련 스토리를 한 번 시작해보자~
 
집을 살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이 집(부동산 매매) 사는 방법 이 글을 먼저 참고한다면, 외국인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부동산 매매를 하는데 제한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나 역시 인도네시아 현지인과 결혼을 했지만, 외국인과 결혼한 현지인 역시 외국인과 같은 부동산법을 따른다는 말이 있었다. 
 
과연 우리 부부는 인도네시아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일단 팩트 확인을 위해 Notaris(부동산 공증소)를 찾아 상황을 확인해보았다. 하지만 부동산 공증소마다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카더라 뉴스들이 많이 돌고 있었다.  
 

카더라 뉴스!
1. 배우자가 외국인일 경우 부동산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
2. 배우자가 외국인일 경우 부동산 소유권 취득 후, 1년 내에 양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에 50%시세로 강매된다.)
3. 배우자가 외국인일 경우 현지인도 외국인 신분으로 인정된다. 
4. 부동산 법이 개정되어 현지인은 외국인과 결혼해도 현지인으로 인정된다. (이것도 해석에 따른 말이 많다.)
 
위 와 관련 내용은 인도네시아어, 영어 그리고 한국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더라 뉴스만 가득할 뿐, 실제 사례가 있거나, 법적 판례가 있는 것은 하나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실 사례라고 올린 정보도 팩트 확인을 해본 결과 ‘지인의 사례라서 잘 모른다’라는 회신을 받았다. 
 
첫 타겟이 우리가 되겠냐? 질러보자!
카더라 뉴스는 많았지만, 현지인과 결혼한 사람들 중에 인도네시아 현지인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법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 부부가 첫 타겟은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질러 보기로 했다. 그리고 외국인 부동산법 개정으로 애매하지만 ‘외국인과 결혼한 인도네시아인의 경우 인도네시아인 규정에 따른다.’라는 법안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어로 그렇게 번역되어 있는데, 인도네시아어로는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KPR(부동산 담보대출)로 집을 알아보다.
어차피 직장 생활하고 있었고, 급여를 안정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라, 부동산 담보대출로 집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약 3개월간 집을 알아본 끝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였고, 매매가는 20억 루피아(원화 약 1억8000만원)였다. 부동산담보대출비율(LTV)는 70%~80%로 4억 루피아가 있으면 부동산담보대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 현금자산이 8억 루피아 정도 있었으니, 충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계약을 하다 보니 난관에 부딪혔다. 은행에서는 남편이 외국인일 경우 부동산담보대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법으로 규제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통상적인 내부 규정으로 그렇게 하고 있었다. BCA, MANDIRI, DINAMON정도에 확인해본 것 같다. 혹시나 한국계 은행은 다를까? 하나은행에 확인해 보았지만 역시나 부동산담보대출은 현지인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회신을 받았다. 
 
방법은 건설사 분양
2016년 당시 인도네시아는 부동산 붐이었던 것 같다. 자카르타 곳곳에서 신축 개발이 이뤄지고 있었고, 외국인들도 이를 통해 아파트, 주택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가능한 것은 보통 초기에 건설사명의의 건물사용권(HGB)으로 건축을 하게 되는데, 사용권을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고, 실제 입주 후, 사용권을 매수자에게 양도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외국인들도 이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건물사용권(HGB)을 양도 받을 때, 부동산 매매권을 현지인에 매각함으로써 시세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투자를 한다. 
 
같은 방식으로 신축 주택단지를 찾아보게 되었고, 내가 살고 있던 끌라빠가딩 근처에 자카르타가든시티(JGC)라는 곳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자카르타가든시티는 자카르타 동부지역으로 자카르타 내에서는 미개발 지역이 가장 많은 곳이었으며, 주로 서민층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동북쪽 큰 부지를 Modernland realty라는 건설사가 매입하여, 체계적으로 개발을 시작했으며, 인도네시아 중산층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곳이었다. 최근에는 일본계 대형 백화점 오픈과 IKEA 2호점까지 짓고 있어서 앞으로 기대가 큰 곳이다.
 
결과적으로는 자카르타가든시티(JGC)에서 동쪽으로 1.5km 더 벗어난 Metland Menteng이라는 곳에 부동산을 분양 받게 되었다. 그 이유는 우리 부부는 같은 가격에 조금 더 넓은 부지를 원했기 때문이다. 

JGC - 대지 90m2, 건축 70m2 = 16억 루피아
Metland Menteng - 대지 169m2, 건축 69m2 = 15.6억 루피아

2016년 12월 부동산 분양 계약을 하다.
1년 간, 많은 정보를 접했고,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Metland Menteng지역의 신축 주택을 계약하게 되었다.

= 계약 조건
Metland Menteng - 대지 169m2, 건축 69m2 = 15.6억 루피아
40% 선금 12개월 분납 후, 잔금 60% 완납 또는 3년 분납 가능

분양 당시 집터

자산은 8억 루피아 밖에 없었지만, 고정 수입은 충분했기에 매월 5000만 루피아 정도를 12개월간 분납을 하게 되었고, 1년 뒤 나머지 60%의 잔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보자고 생각했다.

건축중!!

1년 6개월 후, 60%의 잔금도 완납하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와이프의 개인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월 수입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1년간 긴축생활로 자금을 충분히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3억 루피아가 부족하여 지인을 통해 무담보 무이자 5개월 차용을 하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1년 6개월만에 15.6억 루피아를 모두 완납하게 되었다. (차용한 금액도 5개월간 모두 상환 하였다. )

건설사에서 완공한 모습

증축의 시작 그리고 고난의 시작
건설사와 계약한 건물 평수는 69m2로 한국 평수 약 20평 정도이며, 2층건물이라 계단을 제외하면 15평 정도로 매우 협소한 주택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뛰어놀 수 있을 정도의 거실은 만들자는 목표로 건물 평수를 69m2에서 180m2(한국 평수 약 54평)로 증축을 하게 되었다.
 
천차만별 증축 비용
2018년 7월에 건설사에서 완공한 후, 우리는 증축을 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저렴하게 증축할 수 있는 업체들을 찾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연락했던 곳은 와이프의 사촌동생의 지인이었다. 와이프의 사촌동생은 건축설계를 전공했으며, 지금도 관련일을 하고 있었고, 본인의 집 역시 저비용으로 리모델링을 했다고 들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1) 와이프 사촌동생 지인, 2) 직접 발품 팔아 알게 된 업체, 3) 회사직원의 친구, 이렇게 3곳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고, 비용은 회사직원의 친구가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제안하여 그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가장 비싼 곳과 저렴한 곳의 가격차이는 2배 정도 가격차가 있었다. (IDR 4,000,000 ~ IDR 8,000,000 /m2)

직접 그린 증축 설계도(프로그램 Planner 5D)

건축법 위반
증축 설계도를 3D로 그린 후, 인도네시아 시정부에 건축허가서(IMB)를 받기 위해 정부에 제출하는 정식 설계도를 제작하였다. (제작 비용 50만 루피아) 하지만 우리가 제출한 설계도는 인도네시아 건축법 위반에 해당하기에 승인을 내 줄 수 없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도시별, 지역별, 용도별 다양하게 건축법이 적용되어 있었고, 우리가 산 부지의 건폐율은 50%로 설계도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관련 지식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도 있었지만, 주변 다른 주택들을 아무리 봐도 관련 기준으로 적용되어 있는 집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증축은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찰나, 승인을 거부했던 구청 담당자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IMB 승인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규정에 맞게 증축 설계도를 만들어 제출하시고, 실제 시공은 계획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럼 규정에 위반되는게 아닌가요?"
 
“완공 시점에 위반사항을 조사하게 되는데, 제가 통과해 드리면 됩니다.”
 
“그렇게 해도 문제가 안 되나요?”
 
“아마 주변에 건물들의 건폐율이 다 위반되어 있을 것인데, 다 그렇게 합니다.”
 
“얼마를 드리면 되나요?”
 
“증축 평수가 크셔서 1000만 루피아(원화 약 80만원) 정도는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인도네시아는 안 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하더니,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우리는 담당자와 몇 차례 네고를 하게 되었고, 최종적으로는 500만 루피아(원화 약 40만원)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최종 승인까지 받게 되었다. (이런 담당자는 언더머니를 증거가 남지 않도록 현금으로 받는다.)
 
반장(RT) 통장(RW)의 텃세
건축허가서 승인을 받고 한참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시공업체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문제는 동내 반장이 찾아와 "동내에서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1,000만 루피아의 보증금을 내야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뜸금포냐? 당황스러웠지만, 이 역시 주변 지인들과 확인해보니 일반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한다. 
 

증축 완공!

드디어 입주!
2019년 5월에 입주하게 되었다. 2016년 12월부터 시작했으니, 약 2년 반이 걸렸다.

대지 169m2, 건축 180m2
건설사+증축 = 약 20억 루피아 (원화 약 1억8000만원)
소유권(SHM) 이전 500만 루피아, 증축허가서 500만 루피아, 등등 추가적으로 들어간 돈도 조금 있긴 하다.

내 집이 생겨서 편한 부분도 있지만, 첫 1년 동안 하자 보수에 들어간 비용만 1,000만원 정도 들어간 것 같다. 우기에 벽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빗물 때문에 망가진 가구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안정적인 집이 되었다. 아무래도 인도네시아의 건축 기술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지인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 내용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내집(주택)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