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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인도네시아에서 뎅기열 치료 후기

최근 필리핀에서 뎅기열 사망자가 900명에 육박했고, 감염자만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자료를 접했다. 모기의 번식이 급격히 증가하는 우기와 관련이 있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역시 10월~3월 우기가 되면 뎅기열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 인도네시아의 뎅기열과 관련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뎅기열 예방방법, 동남아 여행 모기를 조심하세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은 아니었기에 당시 작성한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아내가 뎅기열에 걸려 입원하면서 예전에 작성한 글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번 뎅기열 감염으로 ‘자나 깨나 모기 조심’은 꽤 오랫동안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앗, 모기에 물렸나 봐~ (4월 13일)
19개월 된 아기와 같이 근처 백화점에서 저녁을 먹고 지하에 있는 마트로 향했다.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미리 구매해야 할 용품들이 많았기에 구매한 물품을 한가득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짐을 모두 싣고 아기도 카시트에 안전하게 앉히고 난 후, 놀란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모기에 물렸나 봐~

아내가 모기에 물리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나와 같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랬다. (모기도 수입산 피를 더 좋아한다는 썰…)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몸에 열이 많거나, 이산화탄소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배출하는 경우 그렇다고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4월 18일 - 1일차)
우린 평소와 같이 모기에 물린 것을 잊은 채 1주일을 지냈다. 회사는 휴일 이었기에 아내와 이사할 집에 가서 집 상태를 살펴보고 저녁 먹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나 몸살 날 것 같아~

(17시) 몸이 으스스하고 조금 아픈 정도고 열은 없었다. 땀을 조금 흘리면 나아질 것 같아서 ‘설악 추어탕’에서 '얼큰이 추어탕' 한 그릇 시켜 땀을 흠뻑 흘리며 한 그릇을 비웠다. 하지만 상태는 점차 악화되어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고, 38.5도까지 빠르게 올라가자 아기가 평소에 먹던 ‘이부프로펜’약을 10ml 먹었다. 그리고 감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자기 전에 종합 감기약 2알 먹고 잠을 청했다. 



(4월 19일 - 2일차)
당연히 감기몸살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여름에 걸리는 감기가 무섭다고 했던 것 같다. 여름만 있는 인도네시아도 감기에 한 번 걸리면 1~2주는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공기도 안 좋아서 기침감기는 더 오래가는 것 같다.

2일차에도 발열은 계속 지속되었고 약을 먹어도 38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38~39도를 계속 오가고 있었다. ‘이부프로펜'은 위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서 4시간 주기로 '덱시부프로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을 교차 복용하며 하루를 보냈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해열제 복용에 대한 지식을 조금 익히게 되었다.) 

4월 20일 - 3일차
발열은 더 심해지지도 더 좋아지지 않고, 계속 38~39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통 감기의 경우에는 약 먹고 열이 떨어지면 한기가 잠시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뎅기열은 열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오한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평소 감기와는 다르게 심한 이마 쪽에 심한 두통이 느껴졌으며, 눈알이 빠질 것 같이 아팠다고 한다. 

그리고 와이프가 점심 먹을 것을 모두 토해내자, 더 이상 집에서 치료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병원으로 향했다.

모든 증상을 들은 의사는 독감일 수도 있지만 뎅기열도 의심된다며, 피검사를 해보기로 하였다. 피 검사 결과 혈소판 수치가 151(천 단위)로 정상 혈소판 수치인 150~400의 하위에 있어서 뎅기열 바이러스 검사를 추가로 요구했다. 검사 결과는 뎅기열 양성 판정으로 나왔고, 아내와 나는 충격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시 자카르타의 뎅기열 사망자가 200명이 넘었다는 뉴스를 접했기에 더욱 그랬다.  

뎅기열은 일반적으로 통원치료는 힘들어 입원하는 것이 좋다고 의사는 권유했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더 힘들면 와도 괜찮다고 했다. 어차피 더 좋아질 상황은 아니었기에 입원을 결정했다. 


4월21일 - 4일차
오전 5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124
오후 5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104
두통과 발열이 지속되었지만, 링거와 해열제, 아목실린(항생제), 진통제를 투약 받으면서 오한과 두통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서 점점 불안해졌다. 

4월22일 - 5일차
오전 5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88
오후 5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68
혈소판 수치가 100이하로 떨어지면 양치로 인해 잇몸에 피가 날 수 있고, 지혈이 어려워 양치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작은 상처에도 쉽게 지혈되지 않아 화장실을 가는 것도 매우 조심스러운 상태가 된다. 그리고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서 목 주위에 좁쌀처럼 작은 붉은 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출혈로 인한 발진이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발열은 계속 이어졌고, 자기 전까지 38도로 해열제를 먹었고 잠이 들었다. 

4월 23일 - 6일차
오전 5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57
오후 5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49
오후 11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44
전 날 저녁에 마지막으로 해열제를 먹고 열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약간의 두통이 남아 있었지만 두통도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혈소판 수치가 계속 떨어지는 상태라 퇴원할 수 없었고, 의사는 아주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고 하였다. 열소판 수치가 50 밑으로 떨어지자 추가적인 피검사를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몸에 발진은 더 심해졌고, 붉은 점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피부가 가렵기 시작했다. 

4월 24일 - 7일차
오전 5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42
오후 5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49
오전 피검사 후, 혈소판 수치가 더 많이 떨어지자 큰 걱정이 되었지만, 혈소판 수치가 떨어진 것 외에 발열, 두통, 오한 등 대부분의 증상들이 정상화되었다. 그리고 오후 검사 결과에서 혈소판 수치가 처음으로 올랐다. 담당 의사 말로는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바이러스가 거의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하였다. 

4월 25일 - 8일차
오전 5시 피검사 - 혈소판 수치 58
오후 2시 퇴원
오전 검사 후, 혈소판 수치가 더 많이 회복되어, 오전 10시에 담당 의사가 퇴원해도 좋다는 판정을 받았다. 

너가 입원한 덕분에 1주일간 혼자 민준이 보면서 많이 친해졌어~ 고마워~ ^^

사실 뎅기열로 사망하는 경우는 면역력이 아주 떨어진 상태의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병원 입원 치료를 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뎅기열은 구토를 유발하기 때문에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하기 힘들어, 링거를 통해 영양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뎅기열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뎅기열 치료 후기를 포스팅하기로 한 이유도 국내에서는 잘 걸리지 않는 병이라 정보가 부족해서 이렇게 글을 남기기로 하였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이마 쪽 두통이 매우 심한 부분이다. 그리고 뎅기열 바이러스도 피검사를 통해 1시간이면 확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길 추천한다. 

참고로 4인실에서 약 7일간 입원한 병원비가 약 1,000만 루피아(90만 원)정도 나왔다. 이럴 때는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는 한국이 살기 참 좋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