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도네시아 생활정보/사회│문화

외국에서 또 다른 나의 이름 ‘한국인’

2박 3일간 인도네시아 다른 지방에 다녀왔습니다. 아내의 고종사촌의 결혼식이 있었어요. 아내와 결혼을 한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인도네시아에 있는 친척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혼식에서 거의 대부분의 친척들과 장인, 장모님의 지인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미 유명해진 나

대부분 처음 만나 뵙는 분들이었지만 이미 아내가 한국인과 결혼한 사실은 유명해진 사건인 것 같았습니다. 만나는 분들마다 '네가 그 말로만 듣던 한국인이구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친척들 사이에 소문이 쉽게 퍼지는데요. 화교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한국은 보통 6촌 8촌 넘어가면 잘 안 만나거나 거의 남처럼 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도네시아 화교들은 아주 먼 친척들과도 자주 연락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객 1500명 규모의 대형 결혼식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정

이 번 결혼식이 아내의 집안 내에서도 매우 큰 결혼식이라 인도네시아 각 지방에서 지인들과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친척분들이 저희 부부에게 본인들의 지역에 놀러 오라고 초대를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다들 하시는 말씀이 '내일 뭐하냐~, 우리랑 같이 내려가서 놀다가 자카르타 가라~'고 하셔서 거절하느라 힘들었습니다.

 

비록 다음 기회에 찾아 뵙기로 했지만 그 분들의 따뜻한 마음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만큼 장인 장모님이 지금까지 관계를 잘 유지해 와서 저희까지 이렇게 복을 받는 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내 이름은 '한국인'

한국인으로써 이렇게 부담스러웠던 경우는 해외생활 9년을 통틀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가족이라기 보다는 '한국인'으로 볼 것 같아서 행동에 매우 조심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조금이라도 잘 못 된 행동에 '한국인은 왜 저래?'라는 오해를 만들어낼까도 걱정했습니다.

 

자칼타의 결혼식 하객 머리 스타일

 

결혼식 날 제가 머리에 왁스 손질을 해서 깔끔한 스타일을 만들어가 참석했는데요. 남자 중에서 머리를 저 처럼 손질해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저에게 '머리 어디서 한 거냐~, 한국 스타일이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 난감했어요.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왁스로 세세하게 손질하시는 분들은 잘 없다고 하네요. 그냥 단순 고정 또는 윤기만 낸다고 합니다.

 

저 보다 더 힘들었던 프랑스 신랑

그나마 저는 외모가 화교랑 비슷하게 생겨서 모르고 넘어가시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아내의 사촌 누나는 프랑스인이랑 결혼을 해서 인도네시아에서 결혼식을 한 적이 있는데요. 어디를 가든 다들 쳐다봐서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비슷하게 생긴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 다는 말이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모든 행동에는 이름 석자 뒤에 '한국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으니 항상 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