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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해외생활 9년차, 머리는 혼자서 깎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머리를 손질한 것은 군대 일병시절 고참들을 머리를 이발하면서였습니다. 필자가 군복무를 하던 곳이 GOP최전방 소초생활을 하는 곳이라, 이발병이 따로 없이 아무나 계급이 안 되면 주말에 쉬는 시간을 반납하고 이발해야 합니다. 일병 때부터 상병까지 약 1년간 이발을 담당하면서 남자의 간단한 커트는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는데요. 그렇다고 사회에 나와서 다른 사람 머리를 깎아 줄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습니다.

 

중국에서 산 이발기

군대를 전역한 후, 이발기를 손에 들 일이 없었죠. 하지만 이발기를 사기로 한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중국에서 처음 미용실을 방문한 후였습니다. 당시 저의 머리는 갈색 염색을 한 비교적 짧은 머리였는데요. 중국어를 할 줄 몰랐던 그때는 그 중국 미용실 선생님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마디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조금만 커트해 주세요~'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중국 미용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옆 머리만 상고 머리를 커트를 하고 뒷 머리카락은 그대로 남겨놓은 사자 같은 머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뭐라고 대응을 하고 싶었지만 중국어를 못하니 그냥 화난 모습만 표현했는데요. 그 미용사 분은 한 손에 담배를 한 대 물더니 만족한 듯이 저에게 미소를 날리네요.

 

당시 컷팅한 작품입니다.

 

이발기를 샀습니다.

왁스를 바르면서 하루 이틀을 보내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이발기를 하나 샀습니다. 이런 머리를 하고 다니느니 삭발을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중국 백화점에 가서 바로 약 5만원의 거금을 들여서 이발기를 구입하였고, 그날 바로 삭발을 했습니다. 그 후로 삭발한 머리를 한 1년간 하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삭발한 머리로 여행한 중국 내몽고

 

 

 

지금도 제 머리는 제가 깎습니다.

지난 포스팅 외국에서 또 다른 나의 이름 '한국인'에서 저의 머리스타일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요.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하지만 저는 제 머리 깎습니다. ㅎㅎ 다행히 요즘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이 혼자서도 쉽게 깎을 수 있는 스타일인 투블럭 컷입니다. 상단 머리를 남기고 옆쪽과 뒤쪽을 깔끔하게 커팅하는 방식입니다. 이발기만 있어도 충분히 깎을 수 있다 보니 혼자서 머리를 깎고 있습니다.

현재 자칼타의 헤어스타일

 

어쩌다 보니 또 다시 이발병이 되었습니다.

요즘 처남이 가끔식 저보고 머리를 다듬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장인어른도 머리를 좀 손질해 달라고 하십니다. 어쩌다 보니 다시 이발병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강제적인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식 해 드리는 거라 가족간에 정도 두터워지고 좋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시도해 보시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