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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죽음으로 이끄는 22사단 GOP근무

이번 22사단의 총기난사 사고가 남 일 같지 않은 것이 저 역시 22사단 55연대 GOP 16소초 출신의 사병이었습니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13소초와는 매우 가까운 위치이기 때문에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사건이었습니다. 지금도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GOP근무는 정말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차라리 GOP근무가 끝나고 전방 부대로 내려와서 훈련 받던 시절이 더 편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추억이 되어버린 자칼타의 군시절

 

6개월~8개월에 1회 교대

필자는 군대에 입대하자마다 첫 자대 배치를 받은 곳이 GOP소초였습니다. 하지만 3개월간 GOP 근무를 하고 추가로 연장되어 총 9개월간 GOP근무를 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3개월만에 내려왔다면 병장 달고 다시 또 한번 GOP로 가게 됩니다.

 

12시간 교대근무

한 소초에 2개의 분대로 나누어 12시간식 2교대 근무를 하게 됩니다. 상세한 내용을 올릴 경우 보안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12시간 동안 4~5개의 팀으로 나누어 한 소초씩 밀어내면서 12시간 동안 1회 휴식할 수 있도록 합니다. 12시간 근무가 끝나면 다른 분대와 교대를 하고, 남은 일과생활과 취침을 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변수가 정말 많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밤과 낮이 바뀌면서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게 되는데요. 변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자야 할 시간에 고위간부가 지나가면 보급로 정비를 하느라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비가 많이 와도 보급로 정비한다고 잠을 못 잡니다. 눈이 많이 오면 제설작업 한다고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또는 사격연습이나 다른 각종 훈련 일정이 잡혀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 번은 강력한 태풍이 강원도 지역을 휩쓸고 가면서 정말 1주일 동안 몇 시간 밖에 못 자면서 철책 경계근무와 보수작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계급이 낮으면 정말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생활리듬이 엉망으로 되는 곳이 GOP입니다.

 

22사단 55연대 근무는 더욱 힘듭니다.

22사단은 동북 최북단 지역인데요. 54연대, 55연대, 56연대 이런식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동북 해안부터 산간 철책까지 이어져 GOP근무를 하게 되는데요. 특히 55연대의 경우에는 험한 산악지역입니다. 필자가 근무한 곳은 철책 근무 출발지에서 마지막 초소를 찍고 복귀하는데 까지 약 1시간 반이 소요되고 가파른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반복되는 곳입니다.

22사단 55연대는 GOP에서는 휴가를 갈 때도 정말 개고생합니다. 휴가 하루 전날 밤에 일반 전투복을 입고 8시간 동안 산을 타고 내려와 대대에서 밤을 보낸 뒤 다음 날 휴가를 떠나게 됩니다. 휴가도 깔끔하게 못 나가는 곳입니다.

 

관심사병은 따로 관리합니다.

한 소초에 있는 모든 군인이 철책 경계 근무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실에서 상황병으로 빠질 수도 있고, 중대 보일러 및 작업병으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소초의 취사를 담당하는 취사병으로 배치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자가 근무할 때에도 관심사병의 경우에는 행정병으로 재배치를 했었는데요. 필자의 바로 밑에 후임이 근무지에서 발에 총을 쏜 후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그 후임은 관심사병으로 되면서 대대 행정병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실탄과 실수류탄을 지급받는 곳입니다.

모든 군인이 실탄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GOP의 경우에는 북한과 바로 직면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실탄을 지급받습니다. 암구호만 잘 못 숙지하고 있어도 사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 A급이든 B급이든 또는 C급이든 문제가 있는 관심사병을 실탄을 지급하고 경계근무를 시킨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소초장, 부소초장의 문제

GOP의 소초장과 부소초장은 충분한 경력을 가진 간부들이 역임한다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학교에서 ROTC 사병으로 온 사람이 소대장(소위~중위)을 맡고 이등병 또는 일병이 직업군인으로 전환하면서 부소초장(하사~중사)을 역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중위나 중사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되지만, 소위나 하사의 경우에는 상병, 병장보다 못 한 경우가 많습니다. GOP의 간부는 중위나 중사 이상만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방 부대의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해도 본인의 자살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실탄을 사용하는 최전방 GOP부대의 경우에는 총기난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방부대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또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몇 년 후 또 다시 사건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뭔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사건으로 아마 GOP에 근무하고 있는 군인들은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도 부족한 잠을 지금은 하루에 2~3시간도 못 자면서 철통경계를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부디 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간부들이 사병을 챙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