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도네시아 생활정보/사회│문화

인도네시아의 이색직업 - 거리의 교통정리원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교통혼잡으로 세계에서 악명이 높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1950년 자카르타의 도시화 계획을 진행하면서 자카르타 인구가 200만명을 초과하지 않을 거라는 계산으로 도시화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현재 자카르타인구는 약 1000만명이며, 위성도시 유동인구까지 포함하면 약 1200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하르토 대통령이 31년간 인도네시아를 장기 집권하면서 1991년까지 거의 발전이 없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프라 계선이 되지 않은체 인구만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서민 대통령인 조꼬위가 당선되면서 도시 인프라의 대대적인 개선이 시작되었고, 적폐청산이 어느정도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권력과 부를 유지했기 때문일까요? 잔챙이부터 시작한 적폐청산은 거물로 올라가면서 담당 검사, 기사, 부폐방지위원회 임원들이 테러를 당하고 살해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함부러 나서려는 사람이 없어진 상황입니다.

교통 개선 1단계 - 대중교통
사실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큰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인도네시아의 ‘트렌스 자카르타’입니다. 트렌스 자카르타는 자카르타의 시내버스 시스템으로 자카르타 전역에 걸친 버스 노선을 연결하여 목적지까지 몇 차례 환승을 해도 똑같은 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만든 대중교통 시스템입니다. 지금도 트렌스 자카르타 노선을 넓혀나가고 있지만, 트렌스 자카르타는 전용차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좁은 도로의 정체가 더 심화되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버스 전용차선을 고가도로(Flyover)형식으로 만드는 구간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점차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통 개선 2단계 - 홀짝제(Ganjil Genap)
자카르타에서 가장 혼잡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스망기를 중심으로 한 사거리 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교통정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는 홀짝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전 7:00~10:00 오후 16:00~20:00에는 차량 번호판 기준으로 짝수인 날에는 번호판 끝자리가 짝수인 차량, 홀수 날에는 번호판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홀짝제 시행으로 많이 개선한 듯 하지만 경찰에게 걸려도 10만 루피아(약 1만원)정도의 뒷 돈이면 넘어갈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무시하고 다니는 차량도 많습니다.

*원칙적으로 교통법규를 적용할 경우 위반한 사람은 50만 루피아의 벌금 형 또는 2개월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있습니다.

교통 개선 3단계 - 지하철(모노레일, 경전철)
인도네시아는 '2018년 자카르타-빨램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지하철 공사가 한창입니다. 도시 내에서 지하 철도를 이용한 대중교통을 지하철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은 형태의 구분 없이 모두 지하철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몇 가지 종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지하철 : 지하 철도를 이용한 교통수단 
도시철도 : 지상 철도를 이용한 교통수단 
모노레일 : 고가 철도를 이용한 교통수단 (중형)
경전철 : 고가 철도를 이용한 교통수단 (경형)
*상세한 내용은 위키를 참고하세요.

현재 인도네시아에 추진중인 교통수단은 모노레일과 경전철입니다. 모노레일은 현재 자카르타에서 가장 혼잡한 지역에 남북을 연결하고 있으며, 경전철은 자카르타 동부지역에 수평으로 선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경전철은 1차적으로 아시안게임에 선수촌과 경기장을 연결하기 위함입니다.)


교통 개선 4단계 - 거리의 교통정리원(Polisi Cepek)
인도네시아는 3거리, 4거리, U턴, 좁은 도로 등 교통정체가 심한 구간에서 쉽게 교통정리원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교통정리원들은 경찰 신분의 공무원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교통정리를 도와주고 차주로부터 푼돈을 받는 형태의 특이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금액에 상관없이 가지고 있는 동전을 자유롭게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100루피아(원화 약 8원)~500루피아(원화 약 45원) 수준으로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씩 몇 천 루피아를 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안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별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자격이 주어진 것도 아니지만 사실 이 교통정리원들은 자카르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이러한 교통정리원들에게 교통경찰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최저임금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저임금도 받으면서 이러한 팁을 챙기게 되면 일반 직장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푼돈 우습게 보시면 안 됩니다. ㅋㅋ)

교통정리원의 월 수입은 얼마나 될까요?
U턴 하는 곳을 관찰해 보면 차량 한 대가 유턴해서 넘어가는데 약 5~10초 정도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약 6초 정도로 잡고 계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보통 U턴 구간에서는 2~3명 정도가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2.5 명으로 계산을 하겠습니다.) 

(원화로 계산할게요)
6대(1분) * 60분 * 8시간 = 2,880대 (한 시간 동안 360대, 8시간 동안 총 2880대의 차량을 처리합니다.)
2,880대 * 20원 = 57,600원 (2880대의 차량을 통해 한 대당 평균 20원을 받은 것으로 가정해 보았습니다.)
57,600원 * 22일 = 1,267,200원 (보통 주 1회 교대로 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 처럼 주 5일 근무로 계산해 보았습니다.)
1,267,200원 / 2.5명 = 506,880원

  • 현재 자카르타의 최저임금이 원화 기준으로 약 287,829원 / 월 정도 됩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이 정도 벌 수 있다고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웬만한 사무직 경력 3년차의 급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푼돈을 모아 이 정도로 벌 수 있는데,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주겠다고하니 대학생 및 일반 직장인들이 반대할 수 밖에 없겠네요. 


최근 자카르타는 고가도로 건설, 모노레일, 경전철 건설, 고속도로 공사 등 여러 인프라 개선 작업으로 인해 교통정체가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언제쯤 눈에 띄는 개선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