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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사회│문화

금요일 오전 11시면 하나둘씩 사라지는 인도네시아인들

인도네시아에서 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중국에서 넘어와 맨 땅에 헤딩하며 1년간 지내다가 인니에서 직장생활로 전환 한지는 3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인들과 업무를 하다보니 당황스러운 일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특히 저는 한국인 3명이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라 모든 현지직원을 한 명씩 채용해야 했기에 충격적인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직원과의 에피소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드릴까 합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인도네시아에서 제가 채용한 첫 현지인 직원이기도 합니다.

당시 저희 회사는 인도네시아에서 게임사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고, 현지 시장을 조사하기 위해 게임업계에 경력이 있는 현지인 직원을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면접을 할 때 할 줄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겠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주 초보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할 줄 안다고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



채용을 하고나서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고, 게임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함께 시장조사를 하자는 것도 동의하며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첫날 요청한 조사내용의 피드백을 받고 정말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문서의 양식은 전혀 없고, 여기저기서 복사한 내용을 그대로 붙여놓은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복붙도 여기저기 서식이 다른 상태 그대로 붙여넣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지말고, 다음 날 출근해서 내용을 다시 잘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다음 날…
그 직원은 9시가 넘어도 도착하지 않았고, 연락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0시가 넘어 문자가 한 통 날라왔습니다.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업무도 아니고, 자존심이 상해서 못 다니겠습니다.” 그리고는 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뒤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은 협의했던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고, 지적당하는 것을 매우 자존심상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현지직원 30여명이 되는 회사가 되었고, 현지직원들과 업무하는 노하우가 어느정도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것은 이 직원이 그렇게 그만두고 약 2달 뒤에 다시 연락와서 재취업이 안 되겠냐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자존심이 쉽게 상하는데, 또 쉽게 회복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채용은 당연히 안 했습니다. )


직원의 대다수는 이슬람교인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교인(무슬림)이 거주하는 국가인 만큼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나라입니다. 무슬림들은 매일 다섯번 기도를 합니다. 기도 시간은 매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어플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노동법에는 무슬림의 기도시간을 보장해 주도록 되어있는데요. 업무시간에는 대략 11시 40분, 15시, 17시 50분쯤 3번 정도 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슬람 라마단(금식)기간이 되면 1시간30분~2시간 정도 일찍 퇴근시켜주고, 다른 종교인들도 근무시간 내에 음식물을 먹는것을 자제하게 됩니다. (1~2시간 일찍 퇴근하는대신 금식기간이라 무슬림들은 점심을 먹지 않고 업무를 하게 됩니다.)

사무실에 기도실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기도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절을 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어디서든 가능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방해되지 않도록 사무실 내에 기도실을 마련해 두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기도실이 없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피스 타워의 기도실을 이용하거나 건물 외부의 기도장소를 이용하게 됩니다. 그 만큼 왕복 시간이 소요되니 사무실에 기도실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무슬림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기도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안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안 하는 사람에 맞춰서 기도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아마도 기도하는 직원은 잃게될 것입니다. (모든 기독교인이 교회를 가는 것이 아니고, 모든 불교인들은 절에 가는 것이 아닌 것 처럼요)

금요일이 되면 사라지는 직원들
이 부분도 인도네시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에 조금 당황했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어느 금요일 출근해서 업무에 집중하다가 주변을 봤더니 직원이 아무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계를 봤더니 아직 11시 30분이었고, 점심시간이 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모든 직원들이 근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직원들이 복귀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직원들이 하나 둘씩 도착했고, 직원들을 불러서 점심 시간을 지켜달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금요일은 이슬람사원에 모여서 기도하는 날이라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어의없는 날이 있나싶어서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래도 직원들에게 ‘한국인들이 인니인들의 문화를 존중해 주는 만큼, 함께 일하는 인니인들도 여기는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런 부분을 미리 알려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타협점을 찾아갔던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인들과 일을 하려면 이해가 필요합니다.
한국인들은 정말 성실합니다. 인도네시아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눈에는 말이죠) 하지만 이들이 그게 틀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문화가 다른 것 뿐이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착각하는 것 뿐인 것입니다. 이 나라도 교육수준이나 문화 수준이 올라가면서 천천히 변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10년 넘게 생활을 하다보니 그 나라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해외사업의 성패에 적어도 50%는 차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틀렸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려고 하면 끝도없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인 스타일과 맞는 현지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해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