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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따지는 한국인 남편, 창피해서 말리는 외국인 아내

 

저는 따지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입니다. 별거 아닌 것도 마음에 안 들면 따지고 보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특히 문화적 차이가 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집사람은 인도네시아에 적응하려면 그냥 참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건지 감이 안 오네요.

한 번은 택시를 타고 내리는데 미터기에 19000루피아가 나왔습니다. 20000루피아를 건네고 손을 내밀고 잔돈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 사가 저 보고 안 내리고 뭐하냐고 그러는 겁니다. 잔돈 1000루피아 안 주냐고 그랬더니, "겨우 1000원가지고 쪼잔하게 그러냐~"이러는 겁니다. 화가 나는데 인도네시아 말은 잘 못해서 큰 소리로 한 마디 했습니다. "빨리 1000루피아 내놔!"

 

작은 돈으로 싸워야 할까요?

이런 작은 거스름돈을 안 주려는 인도네시아인들 때문에 화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와이프는 인도네시아가 원래 그러니 여기에 적응하려면 그냥 잔돈 안 받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건 팁도 아니고 그냥 갈취하는 느낌이라서 더욱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은 점점 포기해 가고 있는 저를 느끼기도 합니다.

 

 

 

부부간에 갈등도 많이 생겼습니다.

한 번은 사업차 상품 스티커를 제조하는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10개의 스티커를 주문했는데 다음날이면 나온다는 스티커가 3일이나 걸려서 나온 겁니다. 그리고 재단해서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잘라져 있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다시 잘라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상품 디자인

 

그 다음날 잘라놓은 스티커를 가지러 갔더니, 반만 잘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라놓은 절반도 뒤죽박죽 엉망으로 잘라놓고 찢어진 곳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분 좋게 웃으면서 다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죠. 별 반응 없이 다시 해준답니다. 나머지 절반은 제가 가져와서 직접 재단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3일 걸린 후, 스티커를 받으러 갔더니 2개는 이미 인쇄한 다른 제품이고, 3개는 인쇄 사이즈가 엉망이었습니다. 스티커 10 종류 인쇄하려고 2주의 시간을 소요했고, 제품은 엉망으로 나오자 너무 화가 났습니다.

 

집사람 보고 말했습니다. "나 통역 좀 해주라~"

아내: "응 말해봐~"

자칼타: "전체 다 얼마냐? 계산 하겠다"

(그리고 계산을 완료했습니다.)

자칼타: "계산 끝났으니 이제 손해배상 요청하겠다"

아내: "어…… 뭐?? 손해배상.. 왜 갑자기 그래~"

자칼타: "일단 통역 해주라~"

아내: "왜 그러냐고 묻는데?"

자칼타: "2주동안 딜레이 했고 제품 퀄리티도 엉망이어서 우리 손실이 크니 그에 해당하는 배상을 요청합니다."

아내: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하는데"

자칼타: "사장한테 전화해서 당장 나오라고 해!"

(그리고 사장님께 전화를 해서 와이프와 통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칼타: "당장 나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하겠다고 전달해줘~"

아내: "그냥 가자…… 창피하게 왜이라~~"

자칼타: "이게 창피해? 넌 화나지도 않아?"

아내: "그냥 다음에 다른 업체에 맡기면 되지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렇게 상황이 끝나고 영어로 담당자께 간단히 몇 마디를 했습니다.)

자칼타: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핑계 늘어놓기 전에 사과부터 하세요~ 아니면, 다음 번에는 당신부터 가만히 안 두겠어요!!"

(그리고는 업체를 나왔습니다.)

 

그렇게 상황은 끝났지만, 집사람에게도 상당히 화가나 있었습니다. 그런 저의 행동이 너무 창피하다는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창피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제 편이 되어줬으면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그래도 참 현명한 집사람은 업체에서 나오자마자 저에게 사과를 하더군요.

 

사과를 받고 나니 제가 속 좁은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떡해야 할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