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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경제│금융│IT

인도네시아 게임업계의 신화 '크레온' 그 별이 지다.

인도네시아에 여러 한인기업이 있지만, 게임 업계에서 신화로 불리는 기업은  '크레온(Kreon)'이라는 회사가 있다. 필자 역시 중국에서 '퍼펙트월드(완미세계)'라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게임 업계 출신이다. 그렇다 보니 2013년 인도네시아에 오자마자 인도네시아에 어떤 게임회사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당시 한국인이 설립한 게임회사 중 기억나는 회사는 크레온, 오렌지게임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 현재의 대표님을 만나 IT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되었지만, 당시 게임 산업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광고플랫폼 사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사업종에 있다 보니 인도네시아에서 가까운 지인들은 게임 업계 사람들이 많은편이다. (현재 회사 대표님 역시 한국에서 던전엔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 창립맴버 출신이다.) 
 

크레온(겜스쿨)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게임 업계의 신화 '크레온'
크레온은 2007년 인도네시아에 설립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 '포인트블랭크'의 인도네시아 퍼블리싱 사업권을 확보한 이후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동시접속자가 가장 많은 게임이 1만 명의 수준이었는데, 포인트블랭크가 5만 명을 돌파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 뒤로도 많은 게임을 성공시켰지만, 포인트블랭크 수준의 성공작은 없었다. 
 
2016년 필자가 운영하는 IT 서비스에 '게임센터'를 준비하면서 크레온과는 처음 인연이 되었다. 당시 한국에서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열풍을 일으킬 시기였는데, 이를 벤치마킹하여 게임센터 기능을 준비하였고, 크레온의 자회사에서 서비스하던 소셜카지노 게임을 입점하게 되었다.
 
크레온 역대 출시작
포인트 블랭크 - 2009년 출시 - 2015년 재계약 실패(가레나로 변경), 현재는 재페토에서 직접 운영
프리스타일 - 2010년 출시 - 2013년 종료
아틀란티카 - 2010년 출시 - 2016년 종료, 2018년 재출시 - 2020년 종료
로스트사가 - 2011년 출시 - 2020년 종료
카트라이더 - 2012년 출시 - 2015년 종료
열혈강호 - 2012년 출시 - 2016년 종료
드래곤네스트 - 2012년 출시 - 2019년 종료
겜스토어(모바일 플랫폼) - 2013년 출시
Eligium  - 2013년 출시 - 2014년 종료
3 온라인 - 2013년 출시 - 2014년 종료
거울전쟁 온라인 - 2014년 출시 - 2014년 종료
크레이지슈터 - 2014년 출시 - 2015년 종료
테일즈히어로 - 2014년 출시 - 2016년 종료
EOS 온라인 - 2015년 출시 - 2018년 종료
트리오브세이비어 - 2015년 출시 - 2019년 종료
블랙스쿼드 - 2015년 출시 - 2019년 종료
 
이 외에 여러 게임이 있지만, 그나마 잘 알려진 게임들로 조사했다. 게임 타이틀을 보면 국내 다양한 PC 온라인게임을 출시했지만, 포인트블랭크 정도의 흥행작은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게임 유저는 포인트플랭크와 도타2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2년부터 2015까지 출시한 게임마다 실패하며, 회사 내부 분위기도 매우 침체해 있는 상태였다. 2013년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시장은 너무 빠른 진출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바일게임 스튜디오 설립
2016년부터는 K&T라는 모바일게임 스튜디오를 발리에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크레온 내부 많은 현지 직원들은 발리 스튜디오로 강제적인 근무 이동 명령을 받았고, 이를 반대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퇴사하였다고 한다. 당시 현지인들은 구조조정의 방법으로 이러한 전략을 펼쳤다고 보고 있다.
 

크레온 자회사에서 서비스 중인 소셜카지노 게임

 
크레온 게임사업 철수 루머
'회장이 모든 자금을 환치기한 후, 한국으로 도망갔다.'
'인도네시아에서 게임사업 투자는 안 하고, 부동산만 투자하고 있다.'
'현지인들 급여를 몇 년째 안 올려주는 방식으로 알아서 퇴사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게임의 계약 연장을 안 하고 있다.'
등등
 
성공한 회사는 많은 루머가 돌기 마련이다. 크레온의 경우도 그랬다. 게임 업계 사람들 만날 때마다 각종 루머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약 2년 전부터 크레온이 게임사업을 철수하고, 부동산 회사로 업종을 변경한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실제로 2018년부터 게임 재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그대로 서비스 종료를 해왔으며, 신규게임 런칭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2017년 필자의 회사에 있던 직원 한 명이 크레온으로 입사한 적이 있는데, 2019년 중순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팀장이 '언제 해고할지 모르니 미리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팀장이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2년 전부터 크레온은 게임사업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남은 게임의 서비스 종료
현재 남은 게임 '크리티카 온라인' , '아틀란티카 온라인'의 서비스 종료 공지가 각각 10월 21일,  10월29일로 발표되었다. 이 두 게임이 공식적으로 서비스 종료되면, 더 이상의 서비스 중인 게임은 없다. 인도네시아는 법인 청산이 쉽지가 않다. 앞으로 유령회사로 남을지, 업종을 변경할지, 새로운 게임회사로 재탄생할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게임사업을 재시도한다면 모바일게임을 퍼블리싱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성과를 내는 게임 또는 대작 게임들은 이미 인하우스에서 글로벌 출시를 하는 경우가 많아, 포인트블랭크와 같은 신화가 다시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크레온의 마지막 PC게임 서비스 종료 공지

 
현재 남은 한인 게임회사는?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 남아 있는 한인 퍼블리셔는 게임회사는 오렌지게임, 망고소프트가 유일하다. 이 외에도 라인게임즈, 제페토, 넷마블 등 다양한 회사가 현지에 지사를 두고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실상 최근에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은 한국 내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인도네시아 현지에는 마케팅 대행 또는 고객센터를 맡기는 수준이다. 
 
크레온은 인도네시아 IT업계의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현재도 인도네시아에서 크레온 출신 사업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 사업을 하다가 다른 동남아에 취업한 사례도 있고, 다른 대기업 중책으로 입사한 사람도 있다. 아마도 더 많이 있겠지만, 필자가 아는 크레온출신 회사 대표만해도 4 곳이 있다. 
 
이핀(신진세 대표) - 게임 바우처 사업 및 게임 마케팅/운영 대행
더패피 (김은희 대표) - 여성복 쇼핑몰
로코디 (문우석 대표) - 모바일 콘텐츠, 라이브 스트리밍 제작
아이템쿠 (김성진 대표) - 게임 아이템 거래 및 바우처 판매
아스타토이즈 (박희영 대표) - 키즈 콘텐츠 제작 및 장난감 판매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의 미래?
필자가 알고 지내던 크레온의 주요 지인들은 이미 다 퇴사를 한 상태다. 그 외에 다른 게임 업계 지인도 인도네시아를 떠났다.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로컬 시장을 이끌던 Lyto(리또)게임즈에 있던 한국인 이사도 인도네시아를 떠났다. 새로 이슈되는 게임회사를 찾아볼 수도 없다. 이 부분만 보면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의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로컬 퍼블리셔는 단 한 개도 없다. 대부분 중국, 한국, 일본 등 해외 개발사가 직접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게임 개발사가 찾아와 직접 개발한 게임의 퍼블리싱 또는 투자를 제안한 적이 있다. 2013년부터 7년간의 개발력을 갖춘 개발사가 FPS 장르의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개발 수준은 한국의 2~3인이 개발한 인디게임 수준이었다. 
 
인도네시아의 게임 시장 규모는 지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의 연간 가처분소득 1,100만 원 ~ 2,700만 원의 인구 비중은 2020년 기준 32.6%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약 9,000만 명이 이에 해당한다. 소비력이 증가할수록 게임 업계의 ARPU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고자 하는 게임은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