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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인도네시아에서 난소종양 수술 후기 (수술사진 없음)

블로그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저는 2006년 중국으로 건너가 유학을 하던 중, 현재 인도네시아인 와이프를 만나서 2012년에 결혼을 하였고, 2013년 8월에 인도네시아로 넘어와 정착을 하고 있는 한국인입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거의 1년만에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초심을 찾아가는 모드라서 블로그도 주말에 작성해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실 2세를 가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습니다. 워낙 생활이 자유분방하였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역마살이 낀 사람이라 자녀는 인생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그리고 와이프도 저와 비슷한 성향이고 둘이서 평생 연애하는 것 처럼 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2~3년의 시간이 지나니 자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고, 2014년말부터 2세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세는 미루는게 아니다
요즘 불임이나 난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현대인들의 식습관과 생활 패턴에 따른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의 경우 저출산국가다보니 정부차원에서 난임 치료를 지원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친구 중 한 명도 남편이 무정자증으로 발병나서 고환에서 정자를 추출해 시험관 수정을 시도했지만 회당 1000만원 정도로 비싼 비용을 내고도 실패한 사례를 들으며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원하지 않은 심신을 하고, 어떤 사람은 임신을 하려고 수년간 노력을 해도 못 가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혼하고나서 임신을 미루고 있을 때, 주변 어른들이 임신은 미루는게 아니라고 하신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았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결혼을 했으나 아직 임신하지 못 한 부부에게 Belum dapat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받지 못 했다는 뜻입니다. 즉, 아이는 하늘이 내려주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임신의 어려움
결혼 후 2년 넘게 자녀계획을 미뤄오다가 2세계획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2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부부사이가 소원해져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가만히 먼 미래를 생각해 보니 늙어서 힘이 없을 때 내 편이 되어서 노후를 책임질 사람은 핏줄 밖에 없다는 생각에 2세 계획이 시작 되었습니다. 주변사람들은 그게 무슨 이유냐고 하셨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아무튼, 자녀계획을 세우며 1년간 준비하고 노력했지만 임신이 되지 않아 병원을 방문해 보니 와이프의 몸에는 주먹만한 난소 종양 2개가 자리잡고 있어서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예전에도 자궁근종이 심해서 제거 시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 혹시나 불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산부인과 병원
인도네시아에서 초음파 검사로 난소종양 의심을 확인하고, 한국에서 다시 종합검진을 통해 난소종양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산부인과의사는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종양을 제거해야 하고, 악성(암)일 수도 있으니 조직검사도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악성이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에 와이프랑 저는 우울한 한 달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장기간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인도네시아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산부인과 병원인 Rumah Sakit Bunda(구글맵 바로가기)에 의사를 소개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잠깐! 인도네시아에 아는 의사 있으시나요?
인도네시아는 병원에 가면 항상 물어보는 것이 어느 의사를 찾아 왔냐고 물어봅니다. 인도네시아는 일단 병원을 먼저 찾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먼저 찾습니다. 의사의 경우에도 한 병원 소속이 아니라 오전에는 A병원, 오후에는 B병원, 저녁에는 개인병원 이런식으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매우 많습니다. 와이프의 경우에도 주변 지인들에게 의사를 추천 받아서 분다병원(Rumah Sakit Bunda)의 이 의사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는 의사가 없다면? 병원가면 알아서 추천해 줍니다. )

인도네시아에서의 첫 수술
조직검사가 끝나고 다행히 악성은 아니라고 확인이 되었고, 자녀문제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라도 수술은 반드시 해야한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수술은 언제나 무섭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하는 거라 더 겁이난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인도네시아에서 아는 한국인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 계셔서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언을 받을수록 인도네시아 환경이 더 열악한 것을 알고 더 불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수술은 정말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담당 의사가 일정을 확인해 보더니 진료받은 그날 바로 입원 조치를 하였고, 다음날 오전에 바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와이프는 계속 불안해 하였지만, 그래도 병은 하루라도 빨리 치료하는게 좋다는 생각에 바로 수술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난소 종양을 잘 잘라내는 방식 이었습니다. 종양이 남을 수도 있지만 난소는 살리는 방향으로 수술을 집도하셨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수술 영상을 한국인 산부인과 의사선생님께 보여드리니 수술 수준이 한국의 한 10년 전 수준이라고 이야기 하시네요. 그리고 난소종양의 경우 재발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재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녀를 2명 정도 놓는 거라고 합니다. 임신하고 10개월 모유수유하는데 1년, 다시 임신 10개월 모유수유 1년 이렇게 하면 약 4~5년간 생리를 안 하기 때문에 재발가능성이 없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수술비
한국에서 난소종양 복강경 수술하면 보통 150만원 정도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4인실 3박4일 입원비+ 수술비 다 합쳐서약 4000만 루피아정도 들었습니다. 혹시 불가피하게 인도네시아에서 수술을 하셔야하는 분이 계시면 참고하세요. 그리고 필요하시면 담당의사 성함이랑 연락처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수술 경과
수술이 끝나고 3일만에 퇴원 하였고, 4일째 되는 날부터 정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되었습니다. 무통주사를 맞아서 수술 후에도 큰 통증은 없었지만, 전신마취로 인해 어지러움과 구토가 조금 심했습니다. 수술 부위는 약 1cm의 상처가 3개 나 있는데, 와이프가 워낙 노출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크게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