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국을 좋아하는 친구도 아니었고, 한국 문화를 잘 아는 친구도 아니었습니다. 한국인 친구도 없었으며, 한국 음식이라고는 고등학교 때 가족끼리 한국 식당에서 외식으로 삼겹살을 먹어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잘 생긴 것도 아니고, 키도 크지 않습니다. 부유한 집 자식도 아니고, 학벌이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그런 인도네시아인 여자친구는 한 한국인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함께 한국 문화를 알려주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고, 한국음악을 들었습니다. 요즘 와이프가 화나면 저에게 한 마디 합니다.
"고마 해라~ 마이 무 따 아이가~"
아내랑 처음으로 먹은 한국음식은 '삼겹살'이었습니다. 그 후로 매월 1번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감자탕, 삼계탕, 냉면, 갈비탕, 닭갈비 등 여러 가지 한국음식을 같이 많이 먹어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같이 못 먹던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순대국밥'이었습니다.
홍콩 星光大道(성광대도) 에서
연애초기 옆에서 순대국밥 냄새를 맡고는 "이거 무슨 냄새야? 너무 역겹다~"이러는 겁니다. 그 뒤로는 저도 순대국밥을 거의 못 먹어본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순대국밥'입니다. ㅎㅎ
중국 宁夏银川(영하은천) 사막에서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후, 여러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메뉴판에 순대국밥이 보이는 겁니다. 식욕을 도저히 못 참고 아내 몰래 저는 순대국밥을 시켰고, 순대국밥이 딱 제 앞자리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자기야, 이거 무슨 요리야?"
"이거…… 순대국밥이라고 한국음식 중 하나야~"
"아~ 순대~ 국에 순대가 있는 거구나~"
"응, 맞아~"
"한 번 먹어봐도 돼?"
"너 이거 싫어할걸, 냄새가 별로야~"
"괜찮은데? 한 입만~~"
"그래……"
짭조름하고 담백한 순대국밥의 맛, 아내는 그 날 신세계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왜 이제 알려주는 거야~'라며 저를 구박했던 날이기도 합니다. 그 이후로 인도네시아인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순대국밥이고, 두 번째는 삼겹살입니다.
오늘 인도네시아로 귀국한 지 6개월되는 달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온 이후로는 아직 순대국밥을 못 먹어봤네요. 곧 우리가 함께한 지 2300일 되는 날입니다. 그 날은 인도네시아에서 순대국밥을 찾으러 가 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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