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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일상│여행│음식

어이없는 저의 학창시절에 놀란 외국인 아내

이 내용은 2007년 현재 아내와 연애초기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저희 둘은 중국 D대학교 금융학과 같은 반 CC였습니다. 날라리 한국 과대표와 엘리트 1등 장학생이 연애를 하기 시작하게 되었죠. 연애초기 서로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할 때쯤 저의 과거에 대해서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금융학과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평균 60점 넘어본 적이 없던 학창시절

저는 학교에서 말하는 노는 학생이었습니다. 집에서도 전혀 간섭을 하지 않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쯤부터 삐뚤어지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평균 성적이 60점을 넘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부터는 항상 PC방에서 죽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도 스타크레프트에 빠져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면서 3년을 보냈습니다. 정말 제대로 공부한 건 수능 100일 남기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요. 100일 공부해서 좋은 성적 나오겠습니까? 400점 만점에 210점 맞고 지방 사립대에 겨우 입학했습니다.

 

올 F 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때 버릇 어디 가겠습니까! 대학교 가서도 MT다니며 매일 술먹고 PC방에서 오락하기 바빴습니다. 마침 고등학교 때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길드원들이 대학교 선배님들이어서 함께 밤 새도록 게임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결국 PC방 아르바이트 하면서 낮에는 일하면서 게임하고 밤에는 일 마치고 남아서 게임 하면서 대학교 1학년 생활을 마쳤습니다.

 

저와 헤어지려 했던 아내

이런 이야기를 한 참 아내에게 털어놓게 되었고, 당시 아내는 저와 헤어질 생각도 했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로 공부 안 하고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을 처음 만나봤다고 합니다. 너무 안 맞을까 봐 두려웠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 화교들은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적이 미달되면 유급되고 졸업할 수 없기 때문에 학창시절 때부터 대부분 적어도 유급 안 될 정도로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유급된 친구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저 처럼 노는 사람은 조금 겁이 났나 봅니다. 그래도 7년간 서로 맞춰가며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네요.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놀았던 학창시절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실컷 놀아봤기에 중국으로 유학가서 더 열심히 공부를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고등학교 친구들도 다들 공부 안 하고 놀았던 친구지만, 지금은 다들 각자 일자리를 찾아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2세 계획을 가지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로 인해 어른들의 가르침과 신뢰도가 많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어른으로써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안내해야 하는데, 위급한 순간에 죽음의 길로 안내한 어른들이 있어서 참 부끄럽습니다. 제 아내처럼 어른들 말만 듣고 시키는 데로만 배우고 자란 아내가 잘 한 걸까요? 어른들 말 무시하고 날라리로 자란 제가 잘 한 걸까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 어떻게 가르치고 키워야 할까요?

 

오늘 아내가 아이를 한국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한국은 너무 빠르고 못 따라가면 쉽게 왕따 당할 수 있고, 특히 다문화가정처럼 조금 다른 아이들은 무시 당하기 쉽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세월호 사고로 인해 한국의 정책이나 교육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차라리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교를 보내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