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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사회│문화

정부지원도 많고 편견도 많은 한국의 다문화 가정

최근 한국의 다문화가정 인구가 80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약 10년 전만해도 식당에 한 두 명씩 보이던 중국 동포(조선족)들이나 한국으로 유학왔다가 한국인과 결혼하는 외국인들 뿐이라고 생각했던 다문화 가정들이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다문화 가정이 이렇게 많아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고, 저 역시 다문화 가정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문화가정의 한 가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는 인도네시아에 있지만요)

8년전 중국의 클럽에서 만나 외국인들

 

외국인에 대한 시선~

솔직히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와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둘이서 고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했었는데요.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으면, 주변의 사람들이 다 한 번씩 쳐다보고 갑니다. 그리고 숙덕거리는 모습을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중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로 말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 지고 있지만, 아직도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이런 시선을 받으면 조금 불안하곤 합니다.

 

반면에 제가 중국에서 살 때, 그리고 지금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외국어를 사용하면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다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55개의 민족으로 한 나라를 이루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300여개의 민족이 한 나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필사적으로 배우는 다문화가정들

외모가 한국인과 흡사한 동양계 다문화 가정이나 동남아시아쪽 다문화가정들도 한국인과 결혼해서 생활하게 되면 한국어를 필살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생활해야 하니깐 배우는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시선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녀들이 어눌한 한국어를 사용하게 될 경우 동급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가 스스로 먼저 한국어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 정부지원에 대한 따가운 시선들

한국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정책이 많은 편입니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에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혜택이 전혀 없으며, 필자가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역시 혜택이 없습니다. 주변에 다문화 가정으로 살고 있는 프랑스, 호주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정부의 지원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영주권을 취득하고 해당국가 사람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정부 지원에 대해 나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문화 가정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나누어지게 되는데요. 소득에 상관없이 많은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보니, 힘들게 살아가는 저소득층 한국인들이 피해의식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다문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주먹구구식의 정책이 문제인데도 말이죠. 그리고 사실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하는 많은 다문화가정 혜택 중에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건 몇 개 없다고 하네요.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다음 아고라 게시글에 정말 입에 담기도 힘든 악플이 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딱 보니 다문화 XX네, 한국 오지 말고 거기서 살다 죽어라~"

"다문화 XX들 다 꺼져라~"

 

위와 같은 내용들은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한국에는 겉으로는 선비이지만 속으로는 머슴인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블로그에는 로그인을 통해 노출이 되고 대부분을 댓글을 승인해 올리고 있으니 욕설이나 악플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다음 아고라나 뉴스 댓글을 보다 보면, 정말 제가 한국인인 것이 끔찍할 정도로 심한 말들을 많이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받은 화(火)를 댓글로 풀고 다니시나 봅니다.

 

다문화 가정은 없습니다.

보호 받아야 할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 배려 해야 할 사람 등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대부분 이렇게 힘든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인식을 하고, 배척을 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그런 것 같습니다. 이들을 다문화 가정으로 봐야 할까요? 그냥 똑 같은 사람으로 보면 안 되는 것일까요?

 

 

이제 글로벌시대 인 것 같습니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중인 외국인 수가 144만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귀화한 10여만명의 인구까지 포함하면 한국에 약 150만명의 외국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외국상품을 보고 '물 건너 온 제품'이라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그 만큼 일반화 되었기 때문인데요. 지나가다 외국인을 보면 그냥 한국인 지나가듯이 대했으면 합니다. 한 번 힐끗 쳐다볼 때마다 그 외국인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글을 보실 때쯤에는 아마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것 같네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

혹시 저 알아보더라도 힐끗 쳐다보지 마시고, 인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