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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에 태어난 우리 아들이 어느덧 만 6세가 되었고, 인도네시아에서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가을 학기가 1 학기이며, 한국보다 반년 빠르게 입학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언어에 대한 한 가지 원칙이 있었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예전 포스팅 이중국적 아기 어떤 언어로 키워야 할까? 모국어가 중요할까? (2019년 1월) 에도 관련 내용을 설명한 적이 있으니, 현재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기본적으로 아빠, 엄마의 언어적 환경은 변함이 없다. 

엄마
모국어: 인도네시아어
부부생활 언어: 중국어
영어: 상급, 한국어: 초급 구사

아빠
모국어: 한국어
부부생활언어: 중국어
영어: 초급, 인도네시아어: 초급 구사

하지만 아이와의 대화 방식에서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아빠 : 한국어
엄마 : 중국어
처갓집 식구 : 중국어
동네 친구, 식모 : 인도네시아어
학교 : 영어

인도네시아는 보통 어린이집(PG) 2년, 유치원(KG or TK) 2년 후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우리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았으니, 유치원부터 현재 2.5년 동안 영어로 수업을 듣고 있다. 현재 입학한 초등학교 역시 영어로 수업을 하는 학교에 재학 중이다. 

영어 학교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주 2회 인도네시아어 수업과 주 1회 중국어 수업이 포함되어 있다. (학교마다 다름) 현재 영어 수준은 어휘력이 조금 부족해서 그렇지, 하고 싶은 말은 웬만큼 영어로 전달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사실 영어 실력은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학교만 잘 다녀도 수업을 통해 학습하고,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영어 실력은 계속 성장할 거라고 생각된다. 

모국어는 아마도 영어?
모국어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나라의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의 모국어는 ‘여러 언어 중 가장 잘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즉, 일반적인 대화 외에도 생각할 때 사용하는 언어, 꿈을 꿀 때 쓰는 언어가 모국어다. 엄마 아빠가 한국어와 중국어로 소통을 하지만, 아이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가 가장 잘하는 언어가 될 거라고 생각된다. 

중국어, 한국어 수준은?
아이의 대부분의 시간은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 아내의 경우에는 혈액형 A형에 MBTI의 I형에 해당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아이와의 대화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6년간 함께한 시간이 있기에 현재 아이의 중국어 수준은 영어, 중국어, 한국어, 인니어 중 가장 잘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중국어를 읽고 쓰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 (이 건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하다.)  

아빠는 6년간 아이와 한국어로만 소통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저녁 모임이 잦아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눌 시간은 부족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아이가 7시 15분까지 등교를 하기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일상이다. 그래서 평일에는 아이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주말에는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을 했고, 아내가 유튜브는 항상 한국어 유튜브를 틀어줬기에 아이의 한국어는 아빠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어려움이 없는 정도가 되었다. 최근에는 주말에 따로 한글을 가르치고 있으며, 책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책을 읽어주는 편이다. 

가끔 아이가 쓰는 한국어에 놀랄 때가 있다. 

아빠: 준아, 아빠 너무 힘들어 회사 안 가면 안될까?
아들: 아빠 회사 안 가면 우린 뭐 먹고살아? 준이 장난감도 못 사잖아!
아들: 오늘은 얌전이 앉아 있어, 그럼 안 힘들어~

이런 표현들을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서 배웠다. 보통 엄마, 아빠, 아들 이렇게 가족 컨셉의 유튜브를 틀어주는데, 그 유튜브를 통해서 배우는 언어들이 많은 것 같다. 혹자는 유튜브가 아이의 언어 능력이나 정서를 헤친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유튜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다만, 유튜브 자동 재생을 통해 노출되는 필터링 안 된 영상들, 그리고 폭력적인 부분들 등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부분은 부모의 관심으로 계속 모니터링해야 할 것 같다. 

인도네시아어 수준은?
인도네시아어 수준은 아직 유아의 수준으로 몇몇 단어를 나열하는 정도로 대화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환경의 특성상 앞으로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게 될 경우가 많아 인도네시아어 수준은 자연스럽게 더 성장할 거라고 생각된다. 

전체적인 총평이라면......
한 언어의 모국어가 없다면, 아이의 언어 정체성이 없으며,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아이는 현재까지 아주 평범한 정서로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다. 언어적으로 혼란스러움도 없으며, 매우 쾌활하고 긍정적이며, 심지어 첨 보는 사람에게도 어떤 언어든 자신 있게 먼저 말을 거는 외향적 성향을 지녔다. 

우리 가족의 육아 원칙은 사실 아이에게 있지 않다. 유아 원칙은 '우리 부부가 사랑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알아서 잘 큰다’는 것이 우리 육아의 원칙이다.

요즘 여러 육아의 원칙을 논하고,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와 같은 내용을 보면 대부분의 문제가 아이에 있지 않고, 부모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부모가 아이에게 대하는 태도의 문제가 대부분 부부관계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 아이의 언어교육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물어보면, 그냥 하고 싶은데로 하시라고 이야기드리고 싶다. 중요한 건 언어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정서적 안정이니까! 언어는 알아서 따라올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