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그 중 하나가 QR코드 결제 시스템의 도입이다. QRIS 결제 시스템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2019년 초부터 개발을 시작해 2020년 1월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QRIS 도입 이전에는 인도네시아의 이머니 업체들이 치열한 출혈 경쟁을 벌이며 모바일 결제 시장을 형성해 나갔고, 이러한 과정이 모바일 결제 시스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현재는 모든 이머니 시스템이 QRIS를 통해 결제가 가능하도록 통합되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QR코드 결제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QRIS 결제는 현재 POS 시스템을 지원하는 모든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며, 심지어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지원되고 있어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하다. 나 역시 최근 QRIS 결제를 자주 사용하게 되어,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갑에 현금을 거의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QRIS 결제 이용률은 매 분기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 3분기까지 전년 대비 200% 성장했다. 거래 대금은 188조 3,600억 루피아에 달했으며, 현재 QRIS 이용자는 5,330만 명,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맹점 수는 3,423만 점에 이른다고 한다. 전체 거래 중 35.9%는 식음료 업종에서 발생했다.
판매자들 역시 QRIS 결제를 선호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비해 PG 수수료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VA(가상계좌 결제)의 경우, 거래 건당 5,000루피아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10만 루피아를 결제하면, 판매자는 5%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신용카드 결제도 보통 2.5~3%의 수수료가 붙고, 가장 저렴한 이머니 결제마저도 1.5~3%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3년 전, 내가 회사에서 신규 프로젝트로 입점형 오픈마켓 커머스를 기획하고 런칭까지 사업을 총괄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PG회사를 방문해 수수료 협상을 시도했으나, 은행, 카드사, 이머니 업체에서 받는 기본 수수료가 워낙 높아 큰 폭으로 낮추기 어려웠다. 그 당시 쇼피와 토코페디아 같은 대형 커머스 플랫폼들은 판매자와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아 결제 때마다 손실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치열한 경쟁이 어느 정도 끝나, 오픈마켓 형태의 대형 이커머스들도 판매자에게 입점 수수료를 받고, 구매자에게는 결제 수수료로 1,000루피아를 부과하고 있다.
QRIS의 결제 수수료는 얼마일까?
QRIS 결제의 수수료는 판매자 기준으로 소기업, 중소기업, 대기업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소기업의 경우, 50만 루피아 이하의 결제에 대해 수수료가 0%로 적용되며, 그 이상 결제에만 0.3%의 수수료가 부과된다(2024년 10월 1일 개정된 정책 기준). 즉, 대부분의 노점상은 정부에 납부할 수수료가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경우, 모든 결제에 대해 0.7%의 수수료가 적용된다. 이 수수료율은 기존 결제 방식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이러한 QRIS 시스템은 판매자에게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고객에게는 편리한 결제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물가 안정과 소비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1회당 최대 결제 금액이 1,000만 루피아(한화 약 80만 원)로 설정되어 있어, 일상 생활에서 대부분의 결제를 QRIS로 처리할 수 있다.
중국에서 이미 해본 경험
나는 QRIS 시스템이 생소하지 않다. 인도네시아로 오기 전 중국에서 이미 상용화된 QR코드 결제 시스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2013년 말까지 중국에서 생활했으며, 내가 중국을 떠날 무렵,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중심으로 QR코드 결제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형태로, 결국 동남아시아까지 확산된 셈이다.
동남아로 확장되는 QRIS결제
2023년 1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5개국이 QRIS 결제에 대한 협정을 체결했고, 2023년 5월부터 이를 공식 결제 방식으로 채택했다. 이후 7월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인들의 QRIS 결제는 14,555건에 달했고, 거래 대금은 85억 4,000만 루피아에 이르렀다. 이제 QRIS만 있으면 동남아 어디서든 환전 없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11년 동안 생활하면서 이곳의 변화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가끔 1~2년에 한 번씩 방문하는 한국 고객들이 변화에 놀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정권 교체를 앞둔 이 시점에서,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5년, 10년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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