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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사회│문화

낮에도 오토바이 전조등(헤드라이트)를 켜야하는 나라?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오토바이 보유 국가이다. 현재 등록된 오토바이 수가 약 8,000만 대이며, 가구당 오토바이 보유율이 85%라고 한다. 이는 태국 (87%), 베트남(86%)에 이어 3번째로 오토바이 점유율이 높다. 점유율이 아니라 오토바이 보유 수로 하면 세계 1위다.

인도네시아 오토바이산업협회에서 기록된 데이터를 보면,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로 현재까지 누적 1억 2,446만 대의 오토바이가 공급되었다. 인도네시아 오토바이 수는 한국인 인구보다 2.4배 많다. 

인도네시아 연간 오토바이 공급량

연도 내수 수출 비고
1996 1,376,647 50,255  
1997 1,801,090 51,816  
1998 433,549 84,363  
1999 487,751 99,651  
2000 864,144 115,278  
2001 1,575,822 74,948  
2002 2,287,706 30,285  
2003 2,809,896 13,806  
2004 3,887,678 12,840  
2005 5,074,186 15,239  
2006 4,428,274 42,448  
2007 4,688,263 25,632  
2008 6,215,830 64,971  
2009 5,851,962 29,815  
2010 7,369,249 29,395  
2011 8,012,540 30,995  
2012 7,064,457 77,129  
2013 7,743,879 27,135  
2014 7,867,195 41,746  
2015 6,480,155 228,229  
2016 5,931,285 284,065  
2017 5,886,103 434,691  
2018 6,383,108 627,421  
2019 6,487,460 810,433  
2020 3,660,616 700,392  
2021 5,057,516 803,931  
2022 4,738,216 696,189 12월 제외
Total 124,464,577 5,503,098  

통계 출처: kemenperin

이렇게 오토바이가 많다보니 도로에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있는 상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예전부터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무심코 넘어갔던 오토바이의 모습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모두 전조등(헤드라이트)을 켜고 다닌다는 것이다. 밤에는 당연히 켜야 하지만 문제는 아주 밝은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닌다. 


처음 인도네시아 왔을 때도 현지 직원과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난다. 

자칼타: 저기 오토바이들은 별 문제없어 보이는데 왜 경찰에 잡힌 거예요? 설마 그냥 돈 뜯으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죠?

직원: 인도네시아 경찰들도 아무 죄가 없는 사람에게 돈을 뜯지는 않아요. 저 사람들은 오토바이 전조등을 안 켜서 잡힌 거예요.

자칼타: 낮에도 오토바이 전조등을 켜야 하나요?

직원: 네 인도네시아에서는 모든 오토바이는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전조등을 켜고 있어야 해요. 심지어 시동을 켜면 전조등을 끌 수 없도록 만든 오토바이도 있어요.

자칼타: 경찰에게 걸리면 어떻게 되나요?

직원: 벌금 100,000 루피아(원화 약 9천 원)를 내야 하는데, 보통은 50,000 루피아(원화 약 4,500원) 정도를 주고 넘어가는 편이에요.


관련 법을 확인해 보니,
인도네시아는 2009년 도로교통 관련 법 제22호 제107조에 의거하여 오토바이 전조등을 켜도록 관련법이 제정되어 있었다. 

제107조
(1) 자동차 운전자는 야간 및 특정 상황 따라 도로에서 자동차 전조등을 켜야 한다.
(2) 오토바이 운전자는 (1)에 언급된 상황 외에 주간에도 전조등을 켜야 한다. 

제293조
제107조 (2)항에 규정된 사항을 위반한 운전자는 최대 15일의 징역 또는 최대 100,000 루피아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법안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법을 적용한 나라를 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1977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하였으며, 1997년 핀란드, 1986년 노르웨이, 1988년 아이슬란드, 1990년 덴마크에서 관련 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 북유럽의 대다수 국가와 말레이시아,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도 관련 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같은 법을 적용한 대부분의 나라들을 보면 지역의 특성상 낮에도 안개가 끼거나 비가 내리는 등 낮에 빛이 부족한 나라들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사이즈가 작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오토바이 특성상 눈에 잘 띄지 않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자동차 운전을 할 경우에도 사이사이에 끼어 들어오는 오토바이들을 전조등이 사이드 미러에 반사되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이 법안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교통사고의 75%가 오토바이 사고이며, 오토바이 전조등 관련 법안이 적용된 2009년 이후 2010년에 교통사고 건 수가 상당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특히 인도네시아 원동기 면허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카르타나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오토바이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발리는 관광도시이며, 원동기 면허가 없어도 오토바이를 대여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법으로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보통은 면허증이 없어도 벌금 1,000,000 루피아(원화 약 9만원) 이면 넘어간다. 보통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서 오면 큰 문제가 없다. (원칙적으로는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면허증은 인도네시아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최근에는 영어로 된 면허증을 국제면허증이라고 우기거나 10~20만 루피아 정도 준비해서 그냥 주고 넘어간다고 한다. 가장 좋은 건 경찰과 마주치지 않는 것인데, 대부분 전조등을 켜지 않거나, 헬멧 미착용으로 걸리기 때문에 이 부분을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