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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정보/사회│문화

10,000원짜리 지폐를 5,000원 주고 샀다.

언제 들은 것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이 있다면 지폐라고 누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폐는 수많은 세월을 흘러 사람들의 지갑 속에 또는 누군가의 주머니 속에 또는 길바닥에 떨어지기도 한다. 십수 년만 지나도 지폐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일상의 오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더러워진 지폐도 가치가 변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한 유튜브 영상에서 대학교 교수가 강연장에서 100달러짜리 지폐를 구기고 밟아 더럽힌 후, 이 지폐를 가지고 싶은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모두 손을 들었다. 그렇다. 돈이란 그런 존재다. 

 2006년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고부터 각 국가의 지폐를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유학시절 같은 반에 미국, 몽골,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라오스, 태국의 유학생이 있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국가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필자는 방학이 되면 친구들에게 귀국할 때 그 나라의 지폐를 가지고 와 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다. 

수집하고 있는 지폐들

그리고 또 한가지 자주 하는 선물이 있다. 좋은 인연이 된 사람들에게 2달러 지폐를 선물하는 것이다. 2달러 지폐는 미국 영화배우 그레이스 캘리가 출연한 '상류사회(High Society, 1956)'에 함께 출연한 프랭크 시내트라에게 2달러 지폐를 선물 받은 후, 모나코 왕비가 되어 행운의 지폐가 되었다는 속설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2달러는 행운의 지폐로 시가보다 약 2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온라인 커머스에서 주로 거래된다. 

온라인 커머스에서 구매한 2달러 지폐

 

2달러 지폐를 구매하려고 인도네시아 온라인 커머스를 돌아다니다 재미난 판매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다. 10,000원짜리 원화 지폐를 65,000루피아(원화 약 5,200원)에 판매하는 내용이었다. 5장의 재고가 있다고 해서 일단 모두 구매해 봤더니 실제로 일련번호가 다른 구권이었다. 

 

일단 구매를 한 후, 판매자에게 왜 이 가격에 판매를 하는지 물어보았다. 이유는 이랬다.

1. 원화 만원짜리 구권은 인도네시아 환전소에서 거래가 안 된다.

2. 흔한 화폐이기 때문에 UNC(Uncirculate) 등급 이하는 판매가 어렵다. (UNC 등급은 미사용 화폐를 의미한다.)

이미 판매하려고 올려둔 지 오래 되었지만, 거래되지 않아 가격을 계속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2013.08.31 - [인도네시아 생활정보/사회│문화] - 구겨진 달러는 환율이 깎이는 인도네시아

 

구겨진 달러는 환율이 깎이는 인도네시아

요즘 인도네시아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서 환전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달러로 환전해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인도네시아에서 환전할때 주의해야할 부분들이 있

indo4u.tistory.com

만원 지폐의 구권은 1973년 이후로 가~바 버전으로 총 6차례 변경 되었으며, 현재는 2007년부터 (바)의 신권을 사용하고 있다. 1979년 출시된 (나) 구권 이후부터는 지폐의 모양이 크게 변경되지는 않았으며, 현재 구권은 일상생활에서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은행에서 신권으로 교환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즉, 만원 가치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판매 사례가 많지는 않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2만5천원을 벌게 된 샘이다. 누가 지폐는 구기고 밟아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던가? ㅎㅎ 해외에 있는 교민분들 지금 바로 온라인 커머스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검색해 보자. 필자와 같은 행운이 있을지도 모른다.